
그림 - 이수동 / 겨울사랑
눈 오는 마을 / 詩 김용택
저녁 눈 오는 마을에 들어서 보았느냐
하늘에서 눈이 내리고
마을이 조용히 그 눈을 다 맞는
눈 오는 마을을 보았느냐
논과 밭과 세상에 난 길이란 길들이
마을에 들어서며 조용히 끝나고
내가 걸어온 길도
뒤돌아볼 것 없다 하얗게 눕는다
이제 아무것도 더는 소용없다 돌아설 수 없는 삶이
길 없이 내 앞에 가만히 놓인다
저녁 하늘 가득 오는 눈이여
가만히 눈발을 헤치고 들여다보면
이 세상에 보이지 않은 것 하나 없다
다만
하늘에서 살다가 이 세상에 온 눈들이 두 눈을 감으며
조심조심 하얀 발을 이 세상 어두운 지붕 위에
내릴 뿐이다

그림 - 이수동 / 눈꽃
올 겨울은 유난히 눈도 많고 포근할 것이라 합니다.
아직은 이른감이 없진 않지만 흰눈 오는날의 설레임 처럼 잔잔한 기다림을 안고
오늘 하루 보내시지요.
뜻밖에 받아본 한통의 편지가 이맘때면 종종 기다림으로 남아 있습니다.
요즘은 메일이다 문자 메세지다 해서 우체통에 담아두던 마음들이
많이 쇠진해졌습니다.
가끔 산사로 부터 오는 작은 책자를 받게 됩니다.
계절이 그대로 묻어 온듯 해 참 오래 가는 기쁨을 지니고 삽니다.
겉봉투를 버리지 못하고 생각나면 손바닥으로 문질러도 봅니다.
그러면 바람의 흔적도, 법고 소리의 울림도 따라오듯 합니다.
소인을 보면 보낸 날자가 적혀 있고 해당 우체국명도 있습니다.
창구에 서서 우표를 사고 직인을 받아 우체통이나 소포물 박스에 담고
돌아섰을 그사람 모습도 스쳐 갑니다.
옅은 웃음이 입가에 번지고...
누군가를 위해 우체국을 가면 한꺼번에 잊혀졌던
얼굴들이 필름처럼 퍼져오기도 합니다.
내 마음을 담아 띄우는 한통의 편지. 작은 시집 한권.
눈 오는날의 설레임을 내가 멀리로 미리 보내는 것이기도 합니다.
나의 이름자 담긴 겉봉에 우표를 붙이는 평온함을 가져 보시는건 어떻습니까.
받아지는 사람에게로 밤을 새워 달려갈 내마음을 들여다 보는건 또 어떨런지요
흰 꽃처럼 날릴 눈발이 조금씩 땅을 채우듯, 돌아보면 어느새 켜켜이 높아진 눈의
두께처럼 사람에 대한 작은 정이 두터워 질것 같습니다.
기다림 마저 되담겨온 편지 한통.
잊은듯 기억 저편에 희미한 사람에게로, 친구든 옛 추억의 아름다운 시절 이든
다 지우지 않았다고 말하고 싶은 글자 글자들......
우체국 가는 즐거움을 만들어 보시겠어요?.
내가 받은 설레임에 몇갑절 더 얹은 보고픔으로 시간을 날아서 갈.
눈을 기다리듯 작은 사연 하나 다시 그리워집니다.
설레임 있는 좋은하루 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