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나의 텃밭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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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리콩 |
| ⓒ2004 김민수 |
봄에 내리는 비는 꽃을 피우니 '꽃비'라고 하고, 제주도에서는
고사리를 꺾을 즈음에 내리는 비는 고사리를 쑥쑥 자라게 해 주어서 '고사리장마'라 합니다.
텃밭을 갈아 엎고 고슬고슬해진 텃밭에
옥수수, 붉은콩, 호박, 아욱, 근대, 시금치, 호박을 심고 뿌렸습니다. 지난 겨울 뿌려 놓았던 보리콩은 엄청나게 많은 꽃을 피워 얼마나 많은
콩이 맺힐지 기대가 되기도 합니다.
상추와 쑥갓은 게으름을 태평농법(?)이라 가장하여 꽃이 피고 지기까지 그냥 두었더니 저절로
씨앗이 뿌려져 새싹들이 나왔으니 잘만 솎아 먹으면 될 것 같습니다. 마늘대는 점점 굵어지고, 땅콩은 싹이 안 올라오는 것 같아 조급증에 살짝
땅을 파보니 이제 막 싹을 낼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자그마한 텃밭에 참 여러 가지를 심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다양하게 심어도 이
정도면 우리 다섯 식구가 풍성하게 먹을 뿐 아니라 이웃들과 나눌 정도는 되니 참으로 소중한 텃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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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왕벚꽃 |
| ⓒ2004 김민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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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채꽃 |
| ⓒ2004 김민수 |
씨앗을 뿌리고 나니 꽃 구경을 가자는 분이 계셔서 "얼씨구
좋다!"하고 동행을 했습니다. 길가에 흐드러진 유채와 왕벚꽃에 "오메, 꽃천지가 따로 없네!"하는 감탄사가 절로 납니다. 꽃 구경을 마치고
돌아오니 그 좋던 날씨가 꾸물꾸물하니 "씨앗도 뿌렸신디 비가 와 주면 딱 좋겠고마"합니다.
그런데 정말 부슬부슬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밤새도록 장마비처럼 봄비가 내려주어 가물었던 대지를 촉촉하게 적셔 주었습니다. 뿌려진 씨앗들이 봄비의 맛을 보고는 금방이라도 싹을 낼
것만 같아서 기분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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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땅강아지. 아직 어린 놈입니다. |
| ⓒ2004 김민수 |
그런데 다음 날 참새들이 어떻게 알았는지 돌담에 떼로 몰려와서는
텃밭을 기웃거립니다. "어림없는 소리!"하며 찾아온 손님들을 "훠이!"하며 문전박대합니다. 봄비로 더욱 고슬해진 땅이라 먼지도 안 나고,
검질(김의 제주도 사투리)하기도 훨씬 수월합니다. 검질을 하며 이것저것 옮겨 심는데 손에 무언가 느낌이 들었습니다.
"어라, 이게
뭐야?" 애기땅강아지 한 마리가 부지런히 땅속으로 기어 들어가고 있는 게 아닙니까.
"야, 너 몇 년 만이냐? 야, 잠깐만. 얼마나
오랜만에 보는 건데 그냥 가냐?"
정말 오랜만에 만났을 뿐 아니라 오랜만에 만져보는 땅강아지였습니다.
땅강아지는 앞발의
힘이 워낙 좋아서 웬만한 아이들 고사리 손가락쯤이야 넉넉하게 벌릴 수 있을 정도로 힘이 좋습니다. 그 땅강아지, 비록 애기 땅강아지를 만났지만
그래도 화학 비료나 농약을 주지 않고 텃밭을 가꾼 보람들이 보여지는 것 같아 너무 좋았습니다. 텃밭에는 땅강아지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지렁이,
굼벵이, 지네까지도 있습니다. 물론 꽃들도 무지하게 많죠.
땅강아지를 언제 보았을까? 아무리 넉넉하게 잡아도 사춘기가 시작된
중학생이 된 이후로는 거의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거슬러 올라가 봅니다. 몇 년이던가 하고 말입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쩌면 어린 시절의 소중한 것들과 이별하면서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다가 성인이 된 어느 날 어린 시절 보았던 것을 만나면 그렇게
눈물나도록 고마운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김민수(dach) 기자
2004/03/30 오후 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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