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0년 역사와 문화공간을 지키고 가꾸려는 실험이 한창인 곳이 있다. 바로 북촌이다.
원서동·재동·계동·가회동·인사동으로 구성된 이 지역은 청계천과 종로의 윗동네라는 의미에서 ‘북
촌’으로 불렸다. 조선시대에는 왕족이나 사대부들이 거주하는 고급 주거지구로 유명했다. 물론 부
암동·인사동을 비롯해 남산 한옥마을 등 도심 일부 지역에 전통한옥이 군데군데 남아 있긴 하지만
주거기능을 유지한 채 군락을 이루며 집단적으로 남아 있는 곳으로는 북촌이 유일하다.
지하철 3호선 안국역 2번 출구로 나와 북쪽으로 길을 걸어 올라가면 헌법재판소와 재동초등학교를
지난다. 가회로를 따라 계속 걷다가 가회동 천주교회 바로 못 미처 돈미약국 골목으로 들어서면
100채 이상의 한옥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가회동 31번지에 이른다.
이곳의 한옥 모두를 문화재로 볼 수는 없지만 도시형 한옥들이 모여 이루는 골목길과 기와지붕들이
처마를 맞대며 펼치는 마을 경관은 사람 사는 느낌이 더 정겹게 묻어난다. 또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근대화 이전의 옛 주거형태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라는 점에서도 북촌의 가치는 매
우 크다.

북촌을 구성하고 있는 한옥은 대부분 마당이 가운데 있고, 그 주위를 방과 부엌, 대청이 둘러싸고
있는 전통적 ㄷ자 주거형태를 띠고 있다.
그러나 1990년대 한옥보전 규제가 완화되면서 한옥을 철거하고 다가구 주택을 건설하는 등 한옥
마을 경관과 분위기가 크게 훼손되자 북촌의 미래상에 대한 우려와 함께 주민의 인식이 바뀌었다.
주민들은 서울시에 북촌 가꾸기를 요구했고, 시는 2001년부터 한옥 등록제와 한옥 매입을 통해 보
전과 활용에 나서고 있다.
북촌에서도 한옥이 가장 온전하게 집중적으로 보전돼 있는 가회동 31번지와 11번지의 한옥들은
전통양식은 살리면서 내부는 실생활에 불편이 없도록 개량됐다. 골목길에 어지럽게 세워져 있던 전
신주들은 땅속으로 묻혔으며 콘크리트 도로포장도 황토색을 띤 포장재로 조화를 이루었다.
북촌 가꾸기 사업이 시작된 이후 현재까지 북촌 한옥 924동 중 378동이 주민의 자율의사에 따라
등록됐고 이 가운데 251동의 개·보수가 완료됐다.
특히 서울시가 25채의 한옥을 매입해 이 가운데 12채의 한옥을 개방형 한옥으로 바꿔 북촌문화센
터, 게스트하우스, 한옥체험관(3곳), 전통공방(4곳), 박물관(2곳)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고 있
다. 이와 같은 북촌의 변화에 따라 많은 국내외 방문객이 북촌을 찾고 있다. 우리의 옛 주거형태와
문화를 체험하려는 어린이, 청소년, 외국인 관광객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문화재청은 지난 1월 청와대 뒷산인 북악산 개방과 광화문 일대 광장 조성을 골자로 한 ‘서울역사
도시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문화재청은 서울 성곽 일원과 고궁, 청계천, 4대문 안 북촌 한옥마을
등을 정비해 서울을 ‘세계 역사도시’로 만들 계획이며 이 계획의 핵심도 북촌이다.
‘재건축’ ‘뉴타운’의 위세에 눌려 옛 집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지만 920동 남짓의 한옥이 옹기종
기 모여 있는 북촌에는 아직도 역사와 문화가 그대로 살아 숨쉬고 있다.
[코리아플러스] 사진 안홍범 / 글 권태욱 기자

